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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파업 천국 만들자는 노란봉투법, 무너지는 사업장 누가 책임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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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파업 천국 만들자는 노란봉투법, 무너지는 사업장 누가 책임질건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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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대기업이라지만 대규모의 하청업체들 어떻게 다 관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노란봉투법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노조가 쟁의행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비록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현행 규정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규정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했다. 즉 하청 노동자가 아무런 근로계약 없는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해도 합법이라는 말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알고 보면 상당히 무서운 규정이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수천개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대규모의 하청업체들을 어떻게 다 관리하라는 말인가.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다. 자기 회사의 노조 하나도 관리하기 힘들어 쩔쩔매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협력업체 노조가 갑툭튀로 사업장을 점거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1년 365내내 협력업체들이 돌아가면서 사업장을 점거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기준도 모호하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이것은 보는 사람들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동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인데, 이렇게 모호하게 규정해 놓고 기업들보고 지키라고 한다면 억울한 기업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둘째, 쟁의행위의 범위도 확대했다. 현행 규정은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있을 때에만 파업이 가능하다. 즉 향후 단체협약의 대상이 되는 사안만 파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이익분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넘어 근로조건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해 파업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해고 노동자 복직 요구, 소송 중인 사건, 사소한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서도 노조가 나서서 파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권리분쟁’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구제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노동위원회에 권리구제를 요청하거나 법적 소송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파업을 허용한다면 산업현장은 일터가 아니라 싸움터로 변질될 것이다.

셋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어렵게 했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기존의 논의되던 과격한 안들, 예컨대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금지하는 것들에 비해서는 후퇴한 것이다.

야당이 참 머리 많이 굴렸다는 생각이 든다. 손해배상 청구 금지와 같은 기존의 과격한 주장들은 재산권 침해 등 위헌소지가 워낙 커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던 부분이었는데, 이를 교묘하게 비켜갔다. 하지만 실질은 기존 주장과 거와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민법 제760조에 따르면 원래 공동불법행위자는 ‘연대하여’ 모든 손해를 배상토록 하고 있다. 즉 피해자는 공동불법행위자 누구에 대해서도 전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개정안은 일일이 과실 비율을 입증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청구하란다. 만일 노조가 계획적으로 돈 없는 노조원을 앞서워 폭력, 파괴, 점거 등을 한다면 기업은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아예 없어진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도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연대하여 배상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야당이 사실상 가해자를 보호하는 황당한 입법을 한 것이다.

사실 야당도 이 법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기존 발의된 안(案)들보다는 다소 후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양심이 있다면 후퇴가 마땅히 철회를 해야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파업이 폭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디 사고치고 나중에 나몰라라 하지 말고 입법 권력 남용을 바로잡기 바란다. 이번 법안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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