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리는 재난문자 3년째 유지되다 올해 초 중단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 홍보하는 도구로 착각?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전국 지방자치단체에게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매일 받던 확진자 통계 재난문자가 3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행안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전국 지자체가 보낸 코로나 관련 재난문자는 14만5000 건이다. 매년 5만 건에 가깝다. 하루에도 몇 건씩 오는 재난문자의 내용을 보면 더 이상 재난스럽지도 않다. 내용이 뻔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문자를 열어보지도 않게 되었다. 더구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는 중에 재난문자가 오면 내비게이션이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려고 확인버튼을 누르고 나면 인근 지자체에서 보낸 문자로 또 내비게이션이 멈춘다. 이러한 과정에서 운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 재난문자는 효용성보다는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 되었기에 이번 행안부의 조치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 문자메시지는 통신수단으로서 위급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소외계층을 돕는 데에서도 한 몫을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긴급하고 중요한 사항을 신속하게 공지할 수 있어서 그 유용성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 재난문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알림문자가 수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이상 유효한 신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신호가 소음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미국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그의 저서 ‘신호와 소음’(2014)에서 우리가 겨냥하는 과녁은 위치가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양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신호도 이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초기와 지금은 과녁의 위치도 모양도 바뀌어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리는 재난문자는 3년째 그대로였으므로 신호에서 소음으로 전락한 것이다.
알림문자가 신호로서 유효하려면 무엇보다도 문자의 발송시점, 내용이 적절해야 한다. 2021년 2월 폭설로 서울에서 퇴근길 대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제설차량은 보이지도 않아 서울시의 부실한 대처에 밤새 시내에 묶여 있던 시민들은 화가 났다. 그런데 서울시는 뒤늦게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아침에 집 앞의 눈을 치우라는 내용을 넣어 공분을 샀다. 발송시점과 내용이 수신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올해 초에는 청결을 위해 손을 자주 씻으라는, 긴급하지 않은 내용의 생뚱맞은 문자를 받았던 것도 기억난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항상 산불이 잦아서 걱정이 크다. 산림청과 행안부의 우려를 십분 이해하지만 계속 보내오는 재난안내문자의 내용을 보면 그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 강원도와 경남북지역의 강풍주의보, 그리고 산림주변의 소각행위 금지, 불씨관리에 주의하라는 경보를 서울 도심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거의 매일 받아야 할까. 처음 한두 번은 열어보지만 매일 반복되는 재난안내문자는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빅 데이터 시대라고 해서 많은 정보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호로서 그 유효성을 높이려면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야 한다. 그리고 정보의 내용만큼 경계해야 할 것은 횟수이다. 알림문자를 보내는 양상을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홍보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지출하는 통신비도 다 세금이다. 정책의 내용은 뒷전이고 홍보만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정치인들이 많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TV, 라디오 등 방송뿐만 아니라 알림문자까지도 홍보수단으로 생각해서 경쟁적으로 발송하는 것 같다. 발송 빈도수가 많을수록 신호가 소음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