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 남침으로 일본 경제대국 기틀 마련해주더니
핵·미사일 도발로 일본 전쟁가능국가 빌미 제공했다
최근 일본이 군사 강국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해 12월에 국가안보전략을 전면 개정했다. 2차 대전 후 유지되어 온 평화헌법에 따르면 최소한의 방어가 원칙이지만 이번 개정으로 일본은 적의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전쟁가능국가가 됐다. 그 일환으로 우선 사거리 1000km의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이는 한반도 전체와 중국 일부를 사정권에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사거리 1,600km인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 500기의 수입대금 2조원을 포함, 내년 방위예산을 올해보다 25%를 늘려 사상 최대 규모인 65조원으로 확정했다. 방위예산을 2027년까지 95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월 13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이러한 군사 강국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일본의 군사 강국화 추진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부합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국이 이렇게 가까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도전적이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위전략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그 당위성의 근거는 최근 수년 간 계속되어 온 북한의 도발이 제공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시로 발사하는 북한 미사일이 자국 상공까지 통과하여 신칸센을 멈추고 국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라면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국가도 일본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평화헌법이 걸림돌이던 터에 일본이 이를 걷어내고 군사강국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을 북한이 만들어 준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군사강국으로 가기 전 단계로 일본이 경제강국이 될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도 북한이었다. 알다시피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전하여 경제는 폐허가 되었고 이전 경제수준으로 회복되기가 요원한 상태였다. 그 때에 북한이 6.25 전쟁이 일으킨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유엔국들은 공산주의로부터 남한을 지켜내기 위해서 한반도에 이웃한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게 됐다. 일본에서 군수물품을 생산하고 전투 중 파괴된 무기들도 일본으로 가져와 수리하면서 파괴되었던 일본의 공장과 생산시설은 모두 재건되었다. 6.25 발발 후 1년 동안 일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은 3억 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그 해 일본의 외화수입 중에서 15%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 비율은 이듬해인 1951년에는 26%, 1952년에는 37%로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면서 일본은 단숨에 경제대국이 되었다. 당시 요시다 일본 총리는 6.25가 터지자 무릎을 치면서 이 전쟁은 일본을 위한 천우신조(天佑神助), 신풍(神風)이라고 반겼다고 했다. 이 천우신조, 신풍을 북한이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패전국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어준 북한이 이번에는 군사강국으로까지 만들어주는 형국이다. 일본이 이번에 발표한 계획대로 방위예산을 늘려 나간다면 2022년 현재 국방비 랭킹 세계 9위에 있는 일본이 2027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을 적대시하는 북한이 결과적으로는 일본을 경제강국, 군사강국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 강국화 시동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면서 우리도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햇볕정책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사용되어 도리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면 이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햇볕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지금 경기도, 아태협, 쌍방울 등이 북한과 접촉해서 수백만 달러의 송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것은 미 국무부가 주시해서만은 아니다. 눈앞의 권력과 물욕에 매몰된 수상한 거래가 북한을 거쳐서 일본의 군사 강국화라는 나비효과까지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