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 어려우면 폐업 고려하겠다는 중소기업인 절반 넘어
스웨덴 2004년 뉴질랜드 1992년 싱가포르 2008년 상속세 폐지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많고 중요하다. 기술개발로 가치를 창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종업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서 그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고, 외부적으로는 거래처에 대금을 결제하면서 공생한다. 그리고 국가에는 세금납부로 국방, 복지 등 공공기능의 재원까지 만들어 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선진외국들은 자국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외국 기업들까지도 유치하느라고 열심인 것이다.
경영자들은 어렵게 창업해서 기업을 상당한 궤도로 올려놓으면서 큰 보람을 갖는다. 그러한 성장과정을 2세와 함께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영자들이 자신의 성공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후계자로 키워서 기업과 함께 기술 노하우를 물려주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난 11월에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선에서 여야후보 모두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만큼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다수석을 점한 야당이 부의 대물림, 부자감세라고 하면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기업을 보는 야당의 시각이 안타깝다. 기업을 단순히 돈덩어리로 인식하고 기업승계는 이를 2세에게 넘기는 것으로만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기업승계제도는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 면이 많다.
기업승계에 따른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이 너무 커서 자산가치의 절반을 넘는 경우도 있다. 세제혜택을 보려면 매출액이나 업종, 고용요건 등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그러니 세금을 마련하느라 주식을 팔아야 하고 그러다가 결국 기업이 다른 데로 넘어가기 십상이다. 차라리 회사를 팔아 현금과 부동산으로 넘겨주는 게 유리하지만 평생 일군 회사이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업승계가 어려우면 차라리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중소기업인이 절반을 넘는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중소기업들 중에는 승계를 못하고 있는 70세 이상 고령경영자가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회사가 커지거나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신규투자도 꺼리고 세금문제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감세이므로 상속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에서 곧잘 모범사례로 삼았던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이 상속세 세계 1위, 우리나라가 2위였다. 그러나 상속세의 이러한 부정적 기능 때문에 스웨덴도 2004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가 되었다. 뉴질랜드는 1992년에, 싱가포르는 2008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제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국가가 15개이다. 상속세가 있다고 해도 이 국가들의 최고세율 평균은 15%이다. 우리나라 최고세율 50%는 이의 3배를 넘으니 가히 세금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최기호 교수의 연구(2022)는 상속세가 폐지된다고 해도 납부할 세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상속세는 없어지지만 그 대신 자산가치 상승분이 실현될 때에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세가 자본이득세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자감세라는 명분도 실질과 거리가 있다. 이러한 점을 일반인들이 모르니 부자감세라는 주장이 정략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법인세도 우리나라의 최고세율 25%는 OECD 평균 21%보다 높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1/4밖에 못 버는데도 세금은 애플의 2배를 내고 있다. 대기업에게는 법인세 부담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들에게는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승계를 어렵게 하여 결국 경제 활력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국가 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고려하면 우리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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