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해 계실 때 받아야하는 일본의 사과와 배상
할머니 이용해 제 잇속만 챙긴 관련자들 신속한 처벌

지난 세밑 12월 26일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0명으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생존자들도 모두 고령이다 보니 초조감이 들면서 동시에 이 분들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회한도 든다.
우리나라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을 명분으로 가장 많은 지원과 후원을 받고 활동해 온 단체는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일 것이다. 이곳의 활동경력으로 정계로 진출한 여성정치인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들이 이미경 의원, 지은희 여성부장관, 그리고 윤미향 의원이다. 그렇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꾸린 모임인 ‘세계평화무궁화회’는 이들이 걸고 있는 명분은 허구이고 실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팔아서 자신들 잇속만 채우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또 2020년 이용수 할머니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욕심만 낸다며 윤미향 당시 이사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회견을 열었다. 당시 언론의 보도내용을 따르면 정의연 후원금이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에게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고, 특히 윤미향 이사장은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아 사용해서 횡령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했다. 회계자료도 없이 사용된 국고 보조금도 10억원이 넘었다. 결국 8개 혐의로 검찰에 의해서 불구속 기소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돌본다는 단체로서 정의연 다음으로 잘 알려진 곳이 ‘나눔의 집’이다. 이곳은 대한불교 조계종이 만든 사회복지법인이다. 정의연과 함께 이곳에도 국민들의 후원금이 많이 모인 곳이다. 윤미향 사건으로 사회적 파문이 커지자 나눔의 집에 대한 의혹도 커졌다. 경기도청이 조사한 결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89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했으나 할머니들을 위해서는 2억원만 사용하고 대부분의 후원금을 토지 구입 등 자신들의 재산을 늘리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89억원 중 2억원, 즉 2.3%에 불과한 금액만이 할머니들에게 쓰였는데 그것도 할머니들의 직접적인 복지를 위해서 사용된 것이 아니고 전기료, 수도료 등 시설운영을 위한 경비로 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에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 배상문제를 일본과 합의를 했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그 합의를 파기했다. 그러면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의를 모색해야 할 텐데 파기만 해놓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의견을 조사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2015년에 50명이었던 생존자 중 40명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 10명만 남은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의연 사이의 갈등이 심했던 2020년에 민주당의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간 갈등을 해결하고자 나섰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기금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양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2+2+α’방안이었다. 일제에서 강제 동원된 희생자들의 유족 모임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양국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윤미향 의원 등이 법안통과를 방해해서 무산되었다고 한다. 문 의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희상 법안을) 절절하게 원하는 사람이 수만 명인데 정의연 대표와 소송을 맡은 변호사만 반대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이루어지는 정의라면 할머니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전에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본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기대를 걸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이 생전에 보아야 할 정의는 일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머니들을 이용해서 제 잇속만 챙긴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신속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소된 지 3년째 되었는데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법계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