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예년처럼 입장 막아 아수라장 '불신'만 조장
[매일산업뉴스]재계를 뜨겁게 달뤘던 주요그룹 주총시즌이 막을 내렸다. 최근들어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주주친화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주요 기업 주총장 모습은 각자 처한 상황 때문인지 유난히 극과 극으로 갈리었다. 회사마다 민감한 사안은 늘 있지만 이를 대처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매우 상반됐다.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공을 들이는 기업이 있는 반면 아예 주총장 출입을 통제하는 곳도 있었다.
주주친화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이었다. 각 계열사 경영진들은 주주들의 민감한 질문에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비전을 제시하기고 하는 등 성심성의껏 답변하며 적극 소통에 나섰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김준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주총) 직후 별도의 시간을 갖고 ‘주주와의 대화’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도 주총 당일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주주들과 경영현안에 대해 소통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이 회사의 핵심현안은 배터리자회사 SK온의 IPO(기업공개) 후 기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 권익 훼손 우려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다. 이에대해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IPO시점에 시총 10%범위 내에서 SK온과 주식교환을 검토 중에 있다”며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할 방침”이라고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같은날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SK스퀘어도 지난해 IPO 상장이 두 번이나 틀어지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태였다. 박정호 부회장은 “2025년까지 자산을 75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약속 지킬 수 있느냐. 언제가지 믿고 기다리야 본전을 찾을 수 있느냐”는 불만섞인 질의에 “3년 들고 있으면 본전 찾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자신했다. 그러면서 “자사주로부터 받은 경상수입의 3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며 “SK스퀘어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는 만큼 SK쉴더스 매각대금 4000억원 중 2000억원 규모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투자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KT는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지도 못한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3번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임 백지화와 사외이사들의 줄사퇴 속에 ‘이사 선임’과 관련된 모든 안건은 폐기됐다. 재선임 안건으로 올랐던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마저 주총 당일 모두 자진사임했다. 이로써 사외이사 8명 중 임기가 남은 1명만 남게 됐다. 정관에 따라 박종욱 KT경영지원본부장(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았고, 이사회는 최소한의 기능수행을 위해 마지막으로 사의를 표명한 3명의 이사진들이 차기 대표이사 선임시까지만 활동을 유지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토막난 주가에 개인 투자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다.
하지만 KT는 주총장에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투자자들의 주총장 진입을 막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물 밖에서부터 주주들이 길을 헤메이지 않도록 큼지막한 안내 현수막과 안내 표지판 등을 설치해 주주들의 편의를 도왔다.
박종욱 대표대행은 주주들의 질타섞인 질의에 연신 머리숙여 사과하며 “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경영에 차질없도록 하겠다”며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연 2회 임시주총 등 지배구조개선과 신속한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약속했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주총장 밖에서 ‘들어가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이들’이 충돌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포스코홀딩스는 매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로 유명하다. 사내하청지회와 회사가 고용한 경비인력이 대치하면서 건물 출입구가 봉쇄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이유로 출입구가 막히면서 주총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한 주주들마저도 주총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회사측은 건물 내 임직원과 주총장 내부 주주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처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내하청지회는 포스포홀딩스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주주권리를 침해했다며 포스코홀딩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주주진화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의미한 주주친화정책에 있어서 주주와의 소통은 반쪽짜리 소통인 듯 싶다. 대주주와의 소통에는 적극 나서지만 소액 및 개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주친화정책에 있어서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ESG경영을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주참여이다. 대주주이든 소액 및 개인 투자자이든지 여부를 떠나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주주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까지 생각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투자자와의 정기총회, 주주문의 및 우려사항에 대한 응답, 중요한 사안에 대한 주주 피드백 요청 등이 포함된다. ‘작은 손’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불통’은 기업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