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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천연물질ㆍ자연재료는 안전? 꼼꼼히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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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천연물질ㆍ자연재료는 안전? 꼼꼼히 확인해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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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비누만들기 등 가성소다 고무장갑 착용 필수
생활용품도 화학물질 함유, 잘못 쓰면 독될수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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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천연물질이나 자연재료를 원료로 만든 수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장에서 제조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공산품들은 위험한 것이고 직접 만든 수제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일까. 이 말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제품이면 뭔가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집 근처 대형마트가 몇 달간의 내부공사를 마치고 재개장을 했다. 이곳에선 물건만 파는게 아니라 유입고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그 중 수제비누만들기 강좌에선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사리 손으로 알록달록한 빛깔의 아기동물 모양 비누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도선생님의 설명과 능숙한 시범을 본 후 비닐장갑을 낀 작은 손으로 비누베이스, 물, 색깔을 내는 가루, 향료 등을 조합해 동물모양의 비누 틀에 붓고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수제비누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비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무척 즐거워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저 비누베이스는 뭘까?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부녀회에선 주민들이 가끔씩 분리수거장에 모아둔 폐식용유를 사용해 비누만들기 행사를 한다. 자칭 부녀회의 비누제조전문가인 한 주부가 고무장갑을 끼고 폐식용유를 망에 걸러 이물질을 제거해 놓는다. 물과 가성소다, 잘 쓰지 않은 향수 등 커다란 용기에 분량에 맞게 투입하면서 잘 저어준다. 가성소다가 녹으면 미리 준비해 둔 폐식용유, 기름 등을 넣고 저어준다. 서서히 농도가 걸쭉해지면서 약한 갈색을 띄면 비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며칠 건조한 후 완전히 굳기 전에 잘라준 후 좀 더 말려서(숙성한다고 함) 완성된 비누를 서로 나눠 가져가는데 이를통해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쓰고 난 튀김기름이나 오래된 식용유를 다시 모으게 된다.

이때 사용하는 가성소다는 흔히 ‘양잿물’이라고 불렀던 염기성(알칼리성)이 강한 화학물질이다. 부식성이 심해 취급시 피부에 묻거나 눈에 튀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물에 섞을 때 발열반응이 일어나 뜨거워지고, 이때 발생하는 증기는 기관지와 눈을 따끔거리게 한다. 따라서 수제비누를 만들 때는 마스크, 고무장갑 등의 개인보호구를 꼭 착용해야 한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가성소다는 수산화나트륨(NaOH)이라는 화학물질로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잿물’이라고 불렸던 가성소다는 예전에 민간에서는 볏짚이나 건초를 태워 완전히 연소시켜 하얗게 변한 재를 헝겊 위에 올려놓고 물을 붓고 내리면 재속에 있는 미네랄, 특히 알칼리성이온이 녹아 나온다. 이를 잿물을 내린다고 말한다. 받은 물은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 즉 식물에 많은 나트륨(Na), 칼륨(K) 등의 알칼리이온이 물에 녹아 강한 알칼리용액을 만드는 것이다. 또는 그 재를 밭이나 논에 뿌려주면 토양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좋은 비료가 된다. 이 잿물은 동물성 단백질을 잘 녹이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세탁물의 찌든 때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잿물이 서양에서 수입되고 사용이 확산되어 ‘서양잿물’ 즉, ‘양(洋)잿물’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양잿물은 먹으면 생을 마감할 정도라고 알고있는 독극물이다. 이런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비누를 만든다는 것이다.

비누는 기원 전 28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최초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비누는 산양 같은 동물의 기름과 나뭇가지 등을 태운 재를 1대 5로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누는 15세기경 프랑스에서 아주 일부 계층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대의 비누 공업은 19세기 중엽에 와서야 대중화됐다. 비누는 일반적으로 돼지기름이나 소기름과 같은 동물성 지방이나 식물성 기름에 보통 양잿물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수산화나트륨(NaOH)이나 수산화칼륨(KOH)과 같은 강한 염기를 넣고 가열하면 비누화 반응에 의해 지방산 나트륨염 또는 칼륨염의 비누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보면 수제비누는 자연 속에 있는 천연재료인 동물의 지방과 식물기름, 잿물 또는 소금물에서 유래된 가성소다 같은 물질로 만든 화학물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옷에 묻은 오염이나 피부에 생긴 때는 어떻게 세척될까. 피부나 옷에 묻은 때나 먼지는 몸에서 나오는 기름, 음식에서 옮겨 붙은 지방 등과 결합하고 있어서 물로 씻어서는 잘 빠지지 않는다.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NaOH)는 알칼리성 물질로 기름의 지방산과 결합하여 비누가 되고 세척기능을 갖게 된다. 비누는 그 화학구조를 보면 일자형으로 긴 모양인데 한쪽은 물과 친한 ‘친수성(親水性)’이고 반대편의 좀 더 긴 쪽은 기름과 친한 ‘친유성(親油性)이다. 이런 이유로 비누는 옷에 묻어 있는 기름 때 등에 붙어서 속은 친유성, 겉은 친수성의 아주 작은 공 모양 구조(보통 미셀; Micell이라 부름)를 갖게 된다. 이것들이 지방을 분해하고 물에 녹을 수 있도록 하여 청소, 세탁, 세수, 피부나 머리카락 세척에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누는 세정력은 좋지만 거품은 부드럽지 않으며, 피부에 건조함을 주고 머리를 감을 때 머릿결을 뻣뻣하게 한다. 비누제조시 사용하는 가성소다는 강한 알칼리성이 있어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제비누를 사용할 때 따가움을 느꼈다면 제조시 가성소다가 과량 투입된 것일 수 있다.

양잿물이라 불리는 가성소다는 공업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이 녹아있는 소금물을 화학공장에서 전해조라는 시설에 넣어 전기분해 하면 수소, 염소가스가 나오고 이 둘을 합쳐서 염산(HCl)을 만들고, 물은 가성소다로 바뀌게 된다. 물론 여러 공정과 농축, 정제과정을 통해 산업이나 생활에 쓸 수 있는 제품이 된다. 다시말해, 소금물(NaCI)을 전기분해하면 염산(HCI)과 양잿물(NaOH)이 되고, 또 이 둘을 합치면 중화되어 다시 깨끗한 소금이 된다. 무시무시한 독성 화학물질 둘이 합치면 소금으로 변하는 것이다. 엄청 위험할 것 같은데 이 화학물질은 실제로 비누를 만드는 데 쓰이고, 식품제조에도 많이 쓰인다.

우리가 늘 먹는 간장 중에 ‘혼합간장’이라는 것이 있다. 산분해간장(혹은 화학간장)을 양조간장과 일정 비율로 섞어 시판된다.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간장을 만들 때, 콩은 간장의 주원료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주재료이다. 가성소다는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간장의 특유한 맛과 향을 만들어 내고, 염산은 콩의 지방을 분해하여 간장의 색을 밝게 만들어 낸다. 여기에 몇 가지 첨가물을 넣기도 한다. 산분해간장을 만든 것이다. 당연히 염산은 가성소다(일명, 양잿물)로 중화하기 때문에 간장 속에 두 물질은 남아있지 않고 맛도 좋다. 그 이유는 뛰어난 단백질 분해로 콩 속에서 아미노산이 많이 용출되고 여러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풍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할 때 나오는 합성 염산도 산업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 김 양식장에서도 첨가제로 쓰인다. 물론 식품첨가물로 쓸 수 있는 농도와 양을 정해 사용한다. 김 양식에 방해가 되는 여러 이물질인 규조류나 파래 등을 제거할 용도다. 염산처리가 생산성 뿐만 아니라 품질향상에 기여한다고 한다. 하지만 간혹 공업용으로 쓴 폐염산을 일부 김 양식에 불법으로 사용하다 단속됐다는 뉴스가 나오는 데 정말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음식물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한다. 위 속으로 들어온 여러 음식물들은 그것이 육류이든 탄수화물이든 식이섬유이든지 모두 소화를 위해 녹는다. 소화를 돕는 물질이 위 속에서 분비되는 것이 위산인데 염산과 같은 강한 산성물질이다. 염산은 급성독성 물질이고 강한 부식성 물질이다. 섭취하거나 노출되면 심한 화학 화상이나 염증이 생긴다. 이러한 성질이 있는 위산은 위벽에서 계속 나오는데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음식과 함께 딸려 들어온 미생물을 살균하여 병원성을 제거하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또한 위 속 환경을 산성으로 변화시켜 효소에 의한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다. 위산의 분비가 많아지면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친 음식이나 약물에 의해 위벽에 흠집이 나거나 어떤 원인에 의해 염증이 생겼다면 위산에 의해 속 쓰림이 시작된다. 평소 건강한 위는 점액질이 나와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속 쓰림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나 스트레스 등으로 염증이 생기면 위산에 노출되고, 팹신(단백질분해효소)의 작용으로 위벽에 상처가 생겨 위궤양으로 발전하고 심하면 천공이 생겨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를 사용하거나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 속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천연물질 안에는 유용한 성분을 많이 함유한 화학물질로 채워져 있다. 사람의 몸 속에서 나오는 소화액도, 마시는 물도 그리고 폐식용유를 활용해 만든 수제비누도 모두 화학물질인 것이다.

시중에는 직접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 제품들이 많다. 그 중에서 수제비누와 같이 아이들의 체험용으로 판매되는 것은 더욱 간편하게 하려고 반제품의 키트(KIT)로 제공되는데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비누를 만드는 부녀회도 부지불식중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갖고 있는 유해성과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한다. 특히 생활화학용품은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소금이 우리에게 짠맛을 내는 용도로, 또는 세제 등 화학재료로 쓰임새가 많은 것처럼 유용성이 다양한 화학물질이 많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마구잡이로 쓰거나(남용, 濫用), 잘못 사용(오용, 誤用) 하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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