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줄소환 불러놓고 하루종일 대기만 '국정 아닌 민정 감사'
국정과 관계가 먼 정치적 질문, 사실 왜곡, 호통에다 '생트집' 일쑤

다음 달이면 2023년 정기국회다. 국가는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유독 정기 국회는 수십년째 후진적인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늘 이때만 되면 국회 쪽을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몇 가지 꼽아봤다.
#민정감사. 정기국회 기간 중에는 국정감사도 한다. 말 그대로 국정을 감시하는 일이다. 그런데 의외로 민간 기업인들이 많이 불려 간다. 의원실에서 처음 나온 명단들을 보면 그냥 기업인 다 나오라는 식이다. 마치 국정이 아니라 민정을 감사하는 것 같다. 부르는 이유도 다양하다. 없으면 만든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A기업 대관이 요새 얼굴을 잘 안 비친다’와 같이 황당한 이유도 많다. 막상 불러놓고는 별로 질문도 안 하거나 호통만 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는 유명 기업인을 부르는 것이 국회의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결국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이라 올해도 걱정된다.
부디 국정감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정이나 제대로 감시했으면 좋겠다. 국회에 수많은 특권을 부여한 이유는 막강한 행정부의 권력으로부터 국민들의 권익을 보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특권을 오히려 국민들에게 갑질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다.

#생트집. 바쁜 국무위원들을 불렀으면 수준 높은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가. 그러나 국정과 관계가 먼 정치적 질문, 사실 왜곡, 호통이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국회다. 일부 국회의원은 명백한 괴담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국무위원을 무고해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는 것은 만성질환 수준이다.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도 박박 우기기만 한다. 심지어 대답할 기회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학급 회의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부디 이번에는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해 국정 중심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도 사람인데 어떻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음 질문하는 성숙된 문화를 보여주기 바란다.
#방탄국회. 수사일정을 고려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일부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어떨까. 사실 지난 번에 민주당 측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발표를 해서 좀 헷갈리기는 한다. 그렇지만 조건이 달려있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만” 즉 언제든지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 조건을 빌미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디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일반 국민과 같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더더욱 법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입법횡포. 연말이 되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설익은 법안이 본 회의에서 무더기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오히려 심해졌다. 과거에는 법사위원장을 야당 의원이 맡았고, 법사위원장이 법률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했다. 거기에 법사위원회는 여야 간사 만장일치 관행까지 있어서 다수당이라고 대놓고 법률을 개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되면서 설익은 정책들도 심심치 않게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런 모습들을 그만 봤으면 좋겠다. 지금 국회의 모습은 창피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겠다. 이젠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언젠가 아이들이 우리나라 국회 토론이 모범적인 사례라며 보고 배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