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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지방계약법, 경쟁력 대신 곰팡이 달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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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지방계약법, 경쟁력 대신 곰팡이 달걀을 만들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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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잼버리 실패 원인중 하나 능력없는 지역업체 참여 강제
유명 1급 건설사가 지방 공사 하면서 대형 사고를 내는 이유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납품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왼쪽 사진은 회수 제품 중 정상 제품. 오른쪽 사진은 잼버리대회 야영장에 자녀를 보맨 학부모가 제보한 부실한 식사 ⓒ연합뉴스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납품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왼쪽 사진은 회수 제품 중 정상 제품.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가 제보한 부실한 야양장 식사(오른쪽).  ⓒ연합뉴스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부실한 준비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면서 무사히 끝마치게 되어 모두들 안도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서 준비소홀로 이렇게 전 국민이 마음을 졸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개최 초기에 운영미숙의 사례로 전해온 소식 중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식품업체인 아워홈이 곰팡이가 핀 구운 달걀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그 곰팡이 달걀 사진이 SNS에 올라왔으니 그 자극성은 충분히 전 세계의 이목까지 끌 만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아워홈은 부랴부랴 폭염을 대비한 얼음, 냉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긴급하게 지원하고 회사 대표까지 나서서 전북 물류센터 상황실과 행사장을 오가며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아워홈은 구내식당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학가에서도 명성을 쌓은 대기업이었기에 곰팡이 달걀이라니 의아하고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뉴스를 자세히 보니 사정은 달랐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잼버리 현장에 공급된 1만9000개 구운 달걀 중 7개에서 곰팡이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달걀을 공급한 업체는 아워홈의 기존 거래업체가 아니라 이번 잼버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계약을 맺은 지역업체였다는 것이다. 계속 거래해 오던 업체였으면 아워홈의 영업방침을 잘 알고 이에 따라 납품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큰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자신들 잘못으로 아워홈이 낭패를 본다면 더 이상 거래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계약이론에서 보면 아워홈은 위임자이고 납품업체는 대리인이 되는 대리관계에 있다. 대리관계에서는 대리인이 위임자의 심정으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리비용(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달걀 납품업체는 아워홈과 일회성으로 대리관계를 맺은 대리인이다. 대리비용은 일회성 대리관계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파마(E. Fama), 그리고 램버트(R. Lambert) 등은 시간적 차원에서 대리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구체적으로 계약기간을 다기간으로 늘리거나 반복계약을 통해서 대리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 쉽게 말하면 한 번으로 끝나는 거래에서는 대리비용이 심각하지만 계속 거래하는 경우라면 그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리인이 다시 계약을 따려면 최선을 다해서 위임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기존납품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최선일 텐데 왜 아워홈은 이렇게 중요한 사업에서 지역업체와 납품계약을 맺었을까. 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서 지역업체를 40%~49%까지 참여시키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아워홈도 잼버리 사업을 하면서 이 규정을 따라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의 중소업체는 전국구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아워홈의 입장에서는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는커녕 이 사태를 수습하느라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손실까지 입었을 수 있다. 해당 지역업체도 이번 기회를 잘 살렸으면 아워홈과 지속적인 거래를 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을 텐데 서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는 지역업체의 자생적 경쟁력을 높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일감을 이런 식으로 배정받는다면 경쟁력 강화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유명브랜드 1급 건설사가 지방에 가서 공사를 하면서 대형 사고를 내는 경우가 보도되곤 한다. 여러 원인들이 거론되지만 공사 일부를 배정받은 지역업체가 하청에 재하청을 하는 불법하청을 하면서 그로 인한 부실공사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번 곰팡이 달걀도 결국 지자체 발주사업에 대한 규제가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잼버리사태를 겪으면서 보니 국가적 사업에서만이라도 이러한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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