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 아닌 뼈대 있는 상류층 가문 '꾸안꾸'지만 기품있어
MZ세대 부티보다 귀티 선호 의사소통도 품격 있어야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올드머니(Old Money)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다. 올드머니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자산을 상속받은 상류층’을 의미한다. 갑자기 떼돈을 벌어 잘살 게 된 신흥부자가 아닌 오랜 세월 집안 대대로 귀족적인 부를 누려온 이들을 말한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 오너가의 로열패밀리라고 해야 할까. 이들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패션 스타일도 누구나 다 아는 해외 명품브랜드 로고가 눈에 띄게 보이는 것 보다는 해외 상류층만이 공유하는 최고의 브랜드로 심플한 디자인의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로고가 티나지 않으면서 은근한 럭셔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온 몸을 해외 명품브랜드로 휘어감아도 짝퉁으로 보이고, 손에 든 명품가방은 일수가방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꾸미지 않은 듯하나 고급스러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이는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중들이 올드머니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티(부유하게 보이는 모습이나 태도)가 아닌 귀티(귀하게 보이는 모습이나 태도)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의상만으로 귀티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말투는 다른 문제다. 귀족들은 오랜 세월 철저한 자기관리를 배운다. 교양의 척도가 말의 품격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옷차림은 올드머니 룩인데 입을 여는 순간 저속한 말들과 단정하지 못한 말투라면 상대방에게 비호감을 주게 된다. 애써 만든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옷차림이 값비싼 것으로 치장하진 않았어도 단정하고 말의 품격이 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오히려 더 멋져 보이고 검소한 인상과 함께 신뢰감을 준다.
목소리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말투(말을 하는 버릇이나 본새)가 단정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준다. 또, 상대방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말투가 단정한 사람들은 적절한 단어선택, 정확한 발음과 깔끔한 억양, 말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말을 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 이미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툭툭 자르고 자기 말만 하는 경우,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듣는척 하는 경우, 급하고 흥분하며 말하다보니 단어도 생각 안 나고 발음도 뭉개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고급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다.
스피치를 가르치는 필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 중에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바꿔달라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소리의 울림을 통해 목소리의 질에 변화를 줄 수는 있지만 타고난 목소리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최근 한 중년남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인을 언급하며 이 사람처럼 목소리를 똑같이 바꿔달라고 말했다. 마치 연예인처럼 성형을 해 달라고 말하는 격이다. 그러나 목소리의 색깔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말투다. 절제감을 주는 말의 속도와 억양에서 상대방은 귀티를 느끼게 된다. 발음이 뭉개지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가속도가 붙는다. 초집중을 하지 않는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필자는 스피치 코칭 중 스스로 셀프 모니터링을 할 것을 강조한다. 내 귀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발음과 속도, 억양을 의식하며 말하다 보면 좀 더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단정한 느낌도 줄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한 중년 남성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분이 너무 빠른 속도로 말을 하다 보니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 “~란 뜻일까요?” 라고 물었더니 “거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말을 급하게 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고 있음에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며 핀잔을 준다. 소통할때 상대방이 말을 못 알아들었다면, 먼저 자신의 의사전달 방식을 점검해 봐야 한다. 말의 속도와 발음과 더불어 중요한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고 말하진 않았는지, 횡성수설하진 않았는지 등을 좀 더 신경 써야한다. 평상시 대화할 때 상대방이 “~를 했다는 거야?” “무슨 뜻이야” 등의 알쏭달쏭한 반응을 했다면 자신의 말하는 습관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올드머니 룩의 멋진 모습에 고급스러운 말투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품격 아닐까? 지금의 대세는 부티보단 귀티다. 올 하반기부터는 자신의 말투를 올드머니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