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사장·강영 HD현대重 사장
가삼현·한영석 부회장, 자문역으로 물러나
[매일산업뉴스]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이번 인사로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HD현대가 정기선 부회장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HD현대는 10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담은 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부터 HD현대의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을 이끌었던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기존 업무를 마무리짓고 내년부터 자문역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두 부회장의 용퇴로 HD현대에서의 '부회장' 직책은 정기선 신임 부회장만 갖게 됐다. 이로써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 신임 부회장 체제로 새 최고경영진을 꾸리게 됐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으며, 현재의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등에서 선박해양영업, 경영지원 등을 총괄해왔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 승진이다.
정 부회장은 연세대 졸업 후 국내 한 언론사에서 인턴기자를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세계 조선 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고 HD현대는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또 선박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2016년에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지난 2021년에는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HD현대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으며,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MOU 체결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은 또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한 이후,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했다. 작년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도 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및 포토부스 제공,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사에서는 HD현대인프라코어 오승현 대표이사 부사장과, HD현대중공업 강영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오승현 사장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공동 대표로서 조직 안정화 및 시너지 창출에 기여했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력 향상 및 회사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사장은 1965년생(만 58세)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제품개발 및 설계 총괄, 건설기계사업 본부장을 지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HD현대에 인수된 이후 조영철 사장과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회사 안정화에 기여했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건설기계 사업의 미래성장을 이끌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강영 사장은 그룹내 원가회계 전문가로서 현재 기업결합이 진행중인 STX중공업 인수추진 TF를 맡을 예정이다. 강 사장은 1965년생(만 58세)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HD현대중공업의 원가회계 부서를 두루 경험했으며, 조선사업부 경영부문장을 거쳐 2021년부터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다. 조선사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 강화 및 조선업 위기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또 HD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부사장,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부사장, HD현대케미칼 고영규 부사장이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HD현대중공업 노진율 사장은 공동대표이사로서 안전 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HD한국조선해양은 정기선 부회장·김성준 부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HD현대중공업은 이상균 사장·노진율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각각 전환된다.
HD현대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