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펼쳐 나가겠다"
아무리 이해관계 걸린 일이라도 최소한의 본분 망각해선 안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나 의사 집단이나 서로 강대강이다. 전공의 의사들은 집단 사직서를 내며 강수를 뒀다. 이에 정부도 질세라 강공 일변도다. 지난 3월 1일 경찰은 의사협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도 전공의 의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계속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도 부과할 기세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에 결국 국민들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 병원만 빙빙돌다 길거리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 치료시기를 놓치는 중환자 등 안타까운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정부와 의사간 싸움에 생사를 건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당부당은 별론으로 하고, 의사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관한 일이니 충분히 반발할 수 있다. 당연히 의사표현도 자유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 또 직업적 윤리가 부여된 자들이라면 그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전공의 의사들의 현장 이탈은 어떠한 이유로도 공감받기 어렵다. 우리가 다른 직업과 달리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그들이 바로 숭고한 희생정신, 생명존중의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단지 잘 먹고 잘 살고,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해서 붙이는 접미어가 아니다.
국민들이 그리는 이미지는 환자가 보이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가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자신의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심지어 그 환자가 전쟁통의 적군이라 하더라도 일단 생명 앞에서는 그 무엇과도 양보하지 않는 그런 숭고한 사람이다. 지금 현장을 외면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과연 이런 이미지와 어울리는지 되묻고 싶다.
아무리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도 최소한의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선생님”이라며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더욱이 담보로 걸린 것이 국민들의 생명이라면 절대 그러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무작위(無作爲), 즉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서 성립하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오늘은 긴 말보다 의사에게 대표적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대신하고자 한다. 부디 현장 이탈 의사들은 다시 한번 되뇌이길 바란다.
“… 내가 어떤 집을 방문하든지 오로지 환자를 돕는 일에만 힘쓸 따름이고, 고의로 어떤 형태의 비행을 일삼거나 피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겠으며, 특히 노예든 자유민이든 신분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자이든 여자이든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환자의 신체를 능욕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
…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펼쳐 나가겠다. … 내가 이 선서를 절대로 어기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 나간다면,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베풀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이 선서를 어기고 약속을 저버린다면, 나의 운명은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