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저전력으로 데이터용량·안정성↑... 공장에 순차적용
삼성SDI-현대차-기아,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MOU
2년 전부터 시작된 두 그룹간 협력 ... 이재용·정의선 두터운 친분 밑바탕
[매일산업뉴스]탄핵 정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압박 등 국내 산업계가 초유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이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협력 분야는 배터리를 넘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정보기술, 로봇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지난 24일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배터리에 더해 로봇까지 협력 분야를 넓힌 것이다.
이어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마치고, 관련 기술을 내달 3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MWC25 바르셀로나'에 전시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제조 기술을 현대차 생산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5G 특화망은 기업이 사내 또는 특정 구역 내 통신을 위해 기지국을 설치하고, 별도의 통신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전용 통신 체계다. 이는 외부 인터넷·모바일 사용자와 통신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외부 간섭이 없는 만큼 통신 단절이나 지연이 거의 없고, 초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다. 또 다량의 산업용 로봇이나 무선장비에 대해 중앙집중적 통제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사용자의 특성과 요구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5G 특화망 운영은 단말 설계의 복잡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력, 높은 전력 사용량을 전제로 한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함께 실증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은 기존 5G 대비 ▲ 단말 구성 단순화 ▲ 특화망 장비 소형화 ▲ 제조 현장 설비와 환경을 고려한 주파수 대역폭 축소 등의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저전력과 저사양, 저비용으로 5G 수준의 통신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 안정적인 연결성을 확보했다고 두 기업은 설명했다.
기존에는 자동 물류 로봇 등 한정적 장비에만 5G 특화망을 적용했지만, 레드캡 기술을 도입하면 차량 검사 장비, 소형 무선 공구, 카메라, 태블릿PC 등 다양한 제조공정 장비를 고속 무선통신으로 제어가 가능해진다.
특히 현대차는 완성차 무인 자율 검사 장비인 'D 스캔'에 퀄컴의 SDX35 칩셋을 탑재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5G 특화망 인프라와 연동돼 고용량의 차량 품질검사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내달 3∼6일 'MWC25 바로셀로나'에서 삼성전자 전시 부스 내에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양산차 제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5G 특화망 레드캡 통신 체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2년 말 의왕연구소에 테스트베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5G 특화망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울산3공장 의장 라인과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에 적용했고, 이에 기반해 무인운반차량(AGV), 자율주행로봇(AMR) 수백 대가 운용 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5G 특화망과 와이파이를 결합, 통신 안정성을 극대화한 이중화 무선통신 설루션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인 울산 EV(전기차) 전용 공장에도 5G 특화망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내 업체 중 최초로 5G 특화망을 구축해 양산 적용했고, 나아가 제조 분야 업계 최초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며 "상용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삼성, 2년 전부터 협업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간 협업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기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용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를 현대차에 공급 중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SDI가 현대차와 각형 배터리 장기공급계약 체결했다. 공급 예정 제품은 '프리미엄 라인 P6'(6세대 각형 배터리)로,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向)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월에는 현대차·기아가 삼성전자와 카투홈(Car-to-Home)·홈투카(Home-to-Car) 서비스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IoT(사물인터넷) 연동한 것이다.
주거 공간과 승용차 등 이동 공간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취지로, MOU에 따라 현대차·기아 고객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화면 터치 또는 음성 명령으로 집안 전자 기기들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9월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가 기술 제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현대차·기아가 2026년 선보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로, 모빌리티와 전장 분야의 신성장동력이기도 한 SDV로의 빠른 전환이 체결 목적이었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2026년 출시될 GV90에 연간 2만대 수준의 삼성SDI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히며 배터리 분야에서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총수간 친분 밑바탕…2년 전부터 협력 본격화
두 그룹간 협력은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친분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두 회장의 친분이 본격적으로 이목을 끈 것은 2020년부터다. 2020년 5월 정의선 당시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고, 2개월 후인 7월에 이 당시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이는 '미래차 배터리 회동'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전초기지인 남양연구소에 타 그룹 총수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그룹 내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또 2020년 10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당시 정 회장은 재계 주요 총수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고, 이어 열린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아버지 빈소가 차려진 삼성병원 장례식장에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를 직접 몰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22년 6월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 회장 장녀 결혼식에도 딸 원주 씨와 함께 참석했다. 제네시스 G90 세단을 타고 온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귀국한 딸과 함께 우산을 쓰고 식장을 찾았다.
두 회장은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한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