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에 실적 악화에 상법 개악에 반도체법 물 건너 가고
경제 위기를 정권 획득의 기회로 여기는 4류 정치인들 득시글

퍼펙트 스톰이 온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1.5%로 내렸다. 연초 1.9% 전망에서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는 경기침체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추정하고, 2분기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본격 터지면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 뉴스의 하나하나가 모두 악재다. 어쩌면 한국은행의 1.5% 성장 전망마저도 너무 낙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시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HBM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SK하이닉스 조차도 최근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의 물량 공세 때문에 시장이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에 더해 어렵게 결정한 미국 투자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을 폐지하여 반도체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니 진퇴양난이다. 현대자동차는 관세 폭탄의 중심에 있다. 한미FTA로 한미 양국이 서로 관세를 없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아무데서나 터지고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다른 기업들은 더욱 어렵다.

과거의 위기들을 보면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지 간에 모두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문제가 발생한 산업 뿐만 아니라 위기는 모든 산업으로 확산됐다. 실업이 발생하고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이 감소했다.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는 국가 재정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 법인세가 줄어들고, 도산한 기업에서는 급여를 받던 사람들이 실업급여 청구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정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복지수요는 증가한다. 나라의 채무가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들을 겪어봤기에,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정부가 신속히 움직였다. 1997년 금융위기에서 학습한 우리나라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명박 정부는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비상경제정부체제를 선포하고 대통령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와 이를 지원한 비상경제상황실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서민생활 안정방안, 친서민 세제지원 등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위축을 완화하고 금융·외환시장을 안정화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적 조치에 대한 동결을 제안하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20 회담을 주도했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로 전세계적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의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다가오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 소추로 모든 것이 정지됐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은 사라진 채, 무한 탄핵과 정쟁만 보인다. 정쟁은 하더라도 기업을 살리는 법만이라도 통과를 시켜준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 제로다. 한때 공감대가 형성되어 법안이 통과될 것처럼 보였던 반도체특별법조차도 노동조합의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제 완화 반대로 무산됐다. 상법 등은 오히려 개악이 진행 중이다.
정치인들의 눈에는 경제위기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정치인들은 경제위기가 그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혹시라도 사실이라면, 우리 경제의 회복은 요원하다. 정말로 우리에게 또다른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각성하고 다시금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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