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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스탠더드]복합 불확실성 시대, 기업의 발목만은 잡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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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스탠더드]복합 불확실성 시대, 기업의 발목만은 잡지 말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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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박철한 전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장

트럼프의 보편관세, 기업이 직면한 중대한 불확실성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말라’ 도와주진 못할망정 기업 옥죄기
철강, 자동차 등에 이미 확정된 고율 품목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 또 보편관세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1일 부산한 신선대, 감만, 신감만 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철강, 자동차 등에 이미 확정된 고율 품목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 또 보편관세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1일 부산한 신선대, 감만, 신감만 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바야흐로 복합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경영 현장에서의 본원적 불확실성은 기본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적 요인으로서, 통제가 어려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국제 통상조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졌다.

2일 발표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 부과는 기업이 직면하는 중대한 불확실성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우리에게는 미국과 맺은 FTA가 있고 지난 2018년에 한미 FTA 수정 작업을 한 이후, 정기적으로 논의해 왔기 때문에 한미FTA를 다시 수정하거나 폐기할 이유는 없으므로 일방적인 보편관세 부과보다는 한미FTA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법체계로 보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미FTA가 한미FTA이행법으로 인해 외국과의 단순 조약이 아닌 연방법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미국 무역확장법, 무역법, 국제비상경제권법 등 다양한 법에서 대통령의 비상조치를 인정하고 있어 언제나 무력화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던 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인지한 비상상태의 상황과 일반 국민들이 인지하는 비상상태의 상황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인지하는 비상상태의 상황이 미국내 일부 시민들과 다수의 상대 국가 국민들이 인지하는 상황과 괴리되어 있다. 즉, 지금의 국제통상조건의 불확실성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려있다.

박철한 전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장
박철한 전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장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전략에 따라 교역 조건이 달라지다 보니, 미국 행정부 역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보편관세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예외 적용을 받는 나라가 있을 것인지, 산업별로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관세를 매길 것인지 아직도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니라면, 이렇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의 청문회와 법안에 대한 세밀한 심사를 거쳐 상하 양원 각각의 의결로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이해관계자로서 청문회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절차들이 모두 막혀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에만 따라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확실성이 아닐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또다른 불확실성이 있다. 바로 국내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도 각종 법안들이 여야의 합의는 커녕, 일반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통과되고 있다. 상법이 대표적이다. 상법은 기업과 관련한 가장 기본법으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법이다. 이 법안의 성격은 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을 가져오고 기업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개정 이유로 제시한 개별 주주에 대한 보호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한데, 상법 개정으로 전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옥죄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게다가 권한도 없는 금감위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고 한다는데, 도대체 법질서가 언제부터 이렇게 붕괴되었는지 참담하기만 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무척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는 권한과 절차에 관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군주나 독재자의 일방의 의사에 의해 다수의 시민들이 억압받고 권리가 침해되었던 것에 대하여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얼마만큼의 결정 권한이 있고, 이는 어떻게 행사하여야 하며, 행사하는 방식에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절차를 위반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정신에 입각해 다수결의 원리와 삼권분립, 법치주의 등의 원칙들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독주가 관행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악법이라도 다수의 이름으로 제정이 가능하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현재 국내 기업은 국내외적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불확실성에 노출되고 있다. 위로라면 우리 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업은 적어도 트럼프 불확실성은 있어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찾아내고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담에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말라’는 말이 있다. 복합 불확실성에 노출된 기업을 도와줄 수 없다면, 기업을 옥죄는 일만은 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이 제발 기업의 발목만은 잡지 않기를 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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