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로 개발 수행 주식 상장 공모로 나누는 '리츠'로 양지화해야
도입은 했는데 기재부-국토부 협조 안해 GDP 비율 0.3% 불과 유명무실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고통스러워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진 사람은 세금폭탄에 시달리고 못가진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덕인다. 그렇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항상 뜨거운 관심을 받는 주제였다. 부동산에 일찍 눈을 뜬 개인들은 큰 부자가 될 수 있었고 기업들도 부동산을 활용해서 크게 성장한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부동산의 이러한 순기능을 외면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왔다. 법을 지켜도 부동산 투자는 투기로 몰리는 분위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 대해서는 열린 논의가 어렵고 체계적 연구도 발붙일 자리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재벌이 대통령도 되고 명문대학에 부동산 전공이 있어서 연구도 활발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터부시한다. 최근에 와서야 부동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의 비중을 고려하면 심도 있는 연구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들까지 둘로 갈라져 서로 상대방 이름을 붙인 게이트로 몰아붙이고 있다. 800여만원을 투자한 사람이 100억원을 챙겨 1153배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었다. 또 80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은 1000억원의 부를 챙겨서 스타벅스 건물주가 되었다. 정치인의 개입 의혹은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분노스러운 것은 수익의 규모와 함께 그 수익을 소수 몇 사람이 다 챙겼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사람이 자기들끼리 천문학적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대장동 개발과정이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어둠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는 항상 부정과 비리가 움튼다. 부정과 비리가 없게 하려면 양지로 내와야 한다. 부동산을 양지로 내와서 수익설계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리츠(REITs)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리츠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앞 자를 딴 용어인데 부동산투자신탁이라고 번역된다.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나눠주는 시스템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증권의 뮤추얼펀드와 유사하다.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미국과 독일 등 금융선진국에서 크게 발전한 제도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리츠로 추진한다고 가정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반 투자자들에게 사업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펀드는 대장동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회사가 되어 회사 주식을 사업자금을 낸 투자자들에게 준다. 동시에 이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시켜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상장요건에는 분산소유의 조건이 있기 때문에 공모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식이 분산된다. 따라서 투자수익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익모델의 설계와 개발과정에서 몇 사람이 뚝딱 해먹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1700조원, 싱가포르는 93조원인데 우리나라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5조원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를 감안해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도 미국은 7%, 싱가포르는 21%인데 우리나라는 0.3%밖에 안된다. 그만큼 양지에서 진행되는 부동산사업이 적다는 뜻이다.
리츠는 기초자산을 부동산으로 하는 펀드이다. 그런데 펀드는 기재부 업무영역이고 부동산은 국토부 업무영역이다보니 두 부처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서인지 리츠가 도입만 되고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늦게 리츠를 도입했는데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의 70배에 달하고 있다. 리츠시장을 활성화시켜야 부동산과 관련된 비리와 부정을 막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개발 이익을 국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으므로 무늬만 공공이 아닌 진정한 공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