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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나라 망치는 최저임금 결정, 주먹구구식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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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나라 망치는 최저임금 결정, 주먹구구식 언제까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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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근본 원인은 단체교섭하듯 최저임금 결정하는 구조
인상분마다 경제 요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없이
사진은 지난달 30일 TV조선 뉴스9 영상 캡처
사진은 지난달 30일 TV조선 뉴스9 영상 캡처

지난 29일 밤, 2023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에서 딱 5%가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됐다. 노사 간 입장차이가 워낙 커 올해도 당연히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을 넘길 줄 알았는데, 표결 강행을 통해 8년 만에 겨우 법정 시한을 지켰다. 하지만 법정 시한을 지켰다는 점 외에 특별한 의의를 찾을 수 없었다. 노사간 극명한 대립과 갈등, 회의 파행, 논리성이 결여된 최저임금액,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모두 반발하는 행태까지 매년 무한 반복되는 광경을 이번에도 봐야만 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노사가 단체교섭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 당사자가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이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후 한번도 이런 이상적인 방식으로 타결된 적이 없다. 싸울 수밖에 없는 양 당사자를 앉혀놓고 협상을 하라 하니 늘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투쟁과 갈등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노사협력 지수가 143개국 중에 130위 달할 정도로 노사관계도 후진적인 나라가 아니었던가.

김용춘 전경련 팀장
김용춘 전경련 팀장

장담컨대 이대로면 10년, 20년 후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는 동결안을, 노동자는 약20% 인상안을 제시하고 한동안 서로 대립한다. 그러다 공익위원이 약 5~10% 즈음의 안을 제시한다. 그러면 노사 당사자가 퇴장하는 등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러다 법정시한 막판 또는 법정시한을 넘기면 결국 투표로 공익위원들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 이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반발한다. 아마 이런 예측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무한 반복되는 구태를 벗어 던질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정책은 궁극적인 기준점이 없다. 과연 최저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 최저임금 미만율은 어느 정도로 관리해야 하는지,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이에 더해 조세나 재정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각 지역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그때 그때의 정치적ㆍ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근거 없는 주먹구구식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되는 것이다. 만일 사전에 합리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무리한 주장을 줄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에 기초하여 정부가 합리적인 구간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가 제시한 범위 안에도 논의한다면 갈등의 폭도 좁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사간의 예측가능성도 어느 정도 제고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번 최저임금이 5% 오른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특히 올해 물가상승률이 얼마인데 겨우 5%냐는 불만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평균임금 대비로는 OECD 30여개국 중 3위, 중위임금 수준으로는 7위에 달하고, 최근 몇년간 인상속도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상승률의 몇 곱절에 이를 만큼 빨랐으며, 금번 인상 폭 460원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아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여러 부작용도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체 추산 결과 금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91,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 일자리 중 일부는 파트타임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조세수입 감소와 복지재정 확대 요인이 된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은 연쇄적인 인건비 인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도 더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매우 높다.

향후에는 이런 점들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분석과 중립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정됐으니 최저임금위원회도 내년 1분기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의지다. 앞으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 양측간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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