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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기업 이사에 충실의무 적용? 국회의원 충실의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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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기업 이사에 충실의무 적용? 국회의원 충실의무부터!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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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192석 차지하자 또 다시 고개 드는 재벌개혁 시리즈 남발
주주의 비례적 이익 추가하면 소액 주주들 피해 더 커져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등을 선출하는 제22대 국회 첫 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등을 선출하는 제22대 국회 첫 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한 잠잠하던 재벌개혁 주장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은 청구서를 내밀 듯 관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측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무게감있는 정부 인사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명분은 소수주주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명분 자체는 오케이.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중요한 것은 수단이다. 원인 진단과 처방이 정확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주주의 충실의무 확대론은 제대로 된 처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질문부터 해보자. 과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면 소수주주가 보호되고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런 규정이 없어서 여러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 막연히 ‘그래도 바꾸면 났겠지’하고 생각할 순 있겠으나, 아마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사실 과연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이 과연 삼성, 현대차에 있는 이사들이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의무를 부담해서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 만일 법규대로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데 어떻게 기업 가치는 저평가될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다른 원인이 더 직접적이다. 예들 들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계속 줄어나가고 있다. 매년 수천억, 많게는 1조원 가까운 금액을 매년 팔아치워야 하니 주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돈이 없다. 천문학적인 부동산 가격에 아이들 사교육비, 허리휘는 생활물가를 감당하느라 국내 증시에 들어올 돈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잠시 활황세도 있었지만, 부동산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젊은이들의 영끌 빚투 영향이 컸다. 지금은 개인들이 미국 증시나 코인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투자여력이 다시 약화됐다.

한국의 펀드 인프라도 좋은 편이 아니다. 미국은 오랜 기간 401K 퇴직연금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조성했고, 꾸준히 투자하면서 미국 증시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미국에선 401K 계좌에 100만 달러 이상이 적립된 은퇴자만 수십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운용기간도 짧고 노하우도 약한 탓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수단이 없어서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정말 견제수단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수많은 대기업 총수들이 교도소 담당을 들락날락 했겠는가.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법률을 수없이 개정했음에도, 또 개정안이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사실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수단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및 관련 정관 변경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 회사기회유용금지,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의무,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시 대주주 관련자 자격제한, 소수주주권, 미등기 이사(일명 회장)에 대한 동일한 책임부과 등 상법에만도 한 가득이다. 이처럼 원인에 대한 진단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개정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잘못된 진단에 근거한 처방은 약물 오남용과 다를 바 없다. 현실적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단기 행동주의 펀드 밖에 없을 것이다. 단기 수익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을 주장했던 수두룩한 사례를 기억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요동치는 주가에 소수주주들 피해만 더 커질 수 있다. 만일 굳이 충실의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면 차라리 국회부터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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