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상승 전망에도 주담대 확대 부추겨
3기 신도시 공급 발표에도 우려 불식시킬지
서울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1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거래량도 계속 늘고 있다. 모든 지표가 오른쪽 위를 가르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야하는 것 아니냐는 수많은 서민들의 걱정들이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집값의 추세적 상승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발표했다. 공급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10년 평균치와 비교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말도 덧 붙였다.
이러한 안일한 인식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미 작년부터 수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에 집값 상승 압력이 높다는 의견들을 많이 내놨다. 전문가가 아니라 부동산 좀 안다는 사람들도 죄다 상승에 베팅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출 금리 상승 억제 정책을 펴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확대를 부추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면피성 발표만 했다. 이미 시장의 심리 방향이 정해졌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국토부의 발표에도 많은 우려가 지속되자 결국 정부는 지난주 18일 부랴부랴 ‘제7차 부동산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했다. 2029년까지 제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2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과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 매우 의문스럽다.
우선 2029년이면 지금으로부터 5년이나 남았는데, 시장 수요자들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정부, 국회 권력이 죄다 바뀌는데다 그간에 행정 인허가 절차도 계획대로 진행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 계획 보다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사례를 봐온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100% 믿기 어려운 기간이다.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노태우 정권은 수도권 200만호 공급폭탄을 퍼 부었고, 이명박 때는 수요 많은 곳을 중심으로 위례신도시 건설, 반값 주택 공급을 등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집값 안정기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 때도 2020년 12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비하면 23만여호는 시장에 압력을 줄만한 물량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구체적인 가격 안정화 정책도 필요하다. 최근 아파트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재개발이 주춤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면 적정 물량이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저렴하면 건설사들이 외면할테니 제대로 공급이 될 리 없다.
정부는 부디 이번에 부동산 대책 내 놨다고 안심하거나 손 놓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주 회의는 급한 불을 1차로 끄기 위한 논의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앞으로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더이상 면피성 수치만 제시하며 시장의 불신을 키워선 안 된다. 시장의 흐름을 바꾸려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이 나와야지, 기대에 못 미치는 대책은 오히려 실망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값이 국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히 거주하는 곳을 넘어 서민들에겐 평생의 목표이자 꿈인 곳이 바로 대한민국 아파트다. 그 꿈을 무너뜨린다면 그 어느 정권도 살아남을 수 없다. ‘집값 폭등=정권 교체’ 공식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있다”며 큰 소리만 치다가 집값 폭등만 부른 지난 정권의 과오를 5년 만에 재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