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OECD회원국 평균보다 낮기 때문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들 대학등록금 동결을 수십년 되풀이
올해 6월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8단계 상승하면서 평가대상 67개국 중에서 20위를 기록했다. 1위부터 3위는 싱가포르, 스위스, 덴마크이다. 그리고 인구 2000만명 이상의 국가들 중에서는 7위를 기록했고 30-50클럽(1인당 GDP가 3만달러, 인구 5000만 이상인 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모두 1997년부터 평가대상에 포함된 이래 가장 높은 랭킹이니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IMD는 기업효율성, 정부효율성, 경제성과, 인프라의 네 분야를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부효율성과 경제성과 분야가 하락했지만 기업효율성과 인프라 분야가 크게 상승하여 역대 최고의 순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터라 교육부문을 찾아보았다. 교육경쟁력은 국가경쟁력(20위)보다도 더 높은 19위를 기록했다. 지금의 대학들 상황을 고려할 때 의아하다고 생각되어 세부 분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초중등지표만 높을 뿐,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46위로서 국가경쟁력 20위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는 성적을 보였다. 이 정도면 평가대상이 되는 67개국 중 하위권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벌어진 상황이 아니다. 국가경쟁력과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함께 나타내면 2011년 22위/39위, 2015년 25위/38위, 2020년 23위/48위, 2023년 28위/49위, 2024년 20위/46위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심지어 2019년에는 50위까지도 하락했었다. 숫자에 약한 독자들을 위해 변화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줄곧 국가경쟁력에 비해 낮았는데 그것도 2015년까지는 30위권이었지만 이후부터는 40위권으로 밀려나서 더 나빠진 추세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2021년 OECD회원국 38개국 평균과 한국의 공교육비를 비교해보니 초중등생의 경우는 100대 135의 수준으로 한국이 월등히 높은데 대학생의 경우는 100대 66에 불과하다. 초중등교육의 경쟁력은 높지만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를 여기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중등교육예산을 전체 국가예산의 일정 비율로 배정하고 있다. 경제규모의 증대로 예산은 계속 증가하는데 학생 수는 급감하니 돈이 남아도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생 수는 대학진학율이 70~80%를 기록할 정도로 늘어났으니 대학생 1인당 예산은 너무 적어진 것이다. 50년 넘게 이러한 방식으로 예산을 배정해왔으니 대학교육이 줄곧 국가경쟁력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둘째는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대학등록금 동결을 금과옥조로 내세워 왔다. 공무원 급여도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데 교수 급여는 15년 이상 동결되었다. 초임교수 급여가 일반기업 신입사원보다도 못하니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는 많은 연구가 대학을 중심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대학의 연구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걱정되는 일이다. 또 급여는 낮으면서도 업적 요건만 세계적 수준으로 요구하니, 해외 우수인력들이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같은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주요 연구중심대학들 중에서도 신임교수를 몇 년째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들이 한둘이 아니다. 따라서 대학경쟁력이 30위권이었다가 40위권으로 하락한 것은 10년 넘은 대학등록금 동결이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이렇게 연구는커녕 교수채용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대학경쟁력은 물론이고 종국에는 국가경쟁력도 올해의 희소식을 끝으로 하락할 수 있다. 교수 급여를 인상할 형편이 안된다면 우선 연구업적에 대한 성과급만이라도 올려서 연구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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