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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노조 행위는 불법 맞는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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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노조 행위는 불법 맞는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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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음주는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식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사법부도 동참해야
부산지방법원 마크 ⓒ연합뉴
부산지방법원 마크 ⓒ연합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일 앞에 나오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존립의 근거 규정이다. 민주공화국인 만큼 왕이나 독재자, 소수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국민이 합의한 법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념인 ‘법치주의’로, 우리나라 헌법 제11조에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법치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선 법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집행도 공정해야 한다.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법의 권위를 점점 무시하게 되고, 법을 준수하지 않게 된다.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온갖 불의와 무질서가 난무하고, 결국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법 집행의 공정성은 사법부의 상징과도 같은 ‘디케의 여신상’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정의의 여신인 ‘디케’는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불의에는 엄단을, 심판은 공평하게 하라는 의미다. 또한 두 눈도 가리고 있다. 눈으로 심판 대상자의 모습을 보면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지난 13일 부산지방법원이 내린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논란이다. 이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를 상대로 사내하청 계약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울산공장 일부를 점거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 2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서 결국 환송심에서 전부 패소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 측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행위가 불법행위인 점은 명확하다. 법원도 이에 대해 형사상 유죄판결을 했다. 그럼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음주는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식으로밖에 안 들릴 것 같다.

노조에 대한 관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19년 4월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하며 국회 담벼락을 무너뜨리고, 경찰관을 폭행, 상해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대한민국 핵심 헌법기관인 대한민국의 담벼락을 파손시킨 행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벌이 예상되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2021년 7월 사법부의 판단은 집행유예였다. 일반 국민이 이랬다면 당연히 실형감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예 법으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으로 면죄부를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소위 ‘노란봉투법’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노조법 개정안이다. 세계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것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치권과 사법부가 노조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니 이젠 아예 법적 권리로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그 책임이 달라지는 제도는 법치주의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본다.

요새 대한민국 갈등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경제는 선진국이 됐는데, 갈등 상황은 후진국이다. 세대간, 남녀간, 지역간, 계층간, 이념간, 노사간 다층 분열 중이다. 비난을 넘어 심지어 폭언, 폭력, 고소 고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흔들리는 법치주의도 한몫했다고 본다.

혼란스런 요즘, 디케의 정신으로 사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사법부가 올바로 판단해야 여러 구성원간의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관리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사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도 마찬가지다. 법치 없는 곳엔 기업도 경제도 없다.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사법부도 예외일 순 없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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