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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홈플러스의 실패, 뭐니 뭐니 해도 유통 규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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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홈플러스의 실패, 뭐니 뭐니 해도 유통 규제 때문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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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 오프라인 업체에 과도한 규제 집중
법 개정할 생각은 안하고 관계자 불러 질책하려는 국회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악할 만한 뉴스이지만, 정작 국민적 관심은 크지 않다. 이는 대형마트가 더 이상 필수적인 유통망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홈플러스의 실패, 누구의 책임일까. 우선 그 책임을 경영진과 노조에서 찾을 수 있다. 회사가 어려우면 늘상 하는 지적이긴 하지만 경영진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유통산업의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하고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야 했지만, 이러한 대응이 부족했다.

노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노조의 역할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노조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와 파업을 이어가면서 경영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기업과 노조가 협력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유통규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지속되면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결국 홈플러스와 같은 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대표적인 규제로 꼽히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하지만 도입 당시부터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 없이 시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정치권은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일을 지정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미 편리함과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해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다. 실제로 2012년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도입된 이후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었다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간 동안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하며 해외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업시간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며,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대형마트를 악으로 규정하고,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목 하에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 없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이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오프라인 유통 규제를 풀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유통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규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통 시장의 절대 반지는 소비자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구매할지는 정부나 국회가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밀려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도입도 시급하다. 해당 법안은 2012년에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오랜 시간 표류 중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법안조차 통과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국회의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 개혁 없이 국내 유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국회는 홈플러스 관계자를 불러 질책할 궁리만 하지 말고, 앞으로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통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의 변화에 맞춘 정책을 통해 국내 유통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한 개 기업의 실패 사례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국 유통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오프라인 유통 규제 철폐와 서비스산업 발전법 도입이 필수적이다. 더 늦기 전에 국회는 해야할 일을 하기 바란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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