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삼바'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지시 및 보고
이 부회장 "지시 · 보고 사실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검찰에 재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지 사흘 만이다.
이날 법조계와 뉴스1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작년 12월부터 시행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도 비공개로 출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조사에서는 본인이 희망해 자정을 넘긴 27일 오전 1시30분까지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된 수사와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고 또 묵인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삼성 내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조직적 승계 작업'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승계 작업의 불법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그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다루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작업과 관련해)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비율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을수록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했다. 합병에서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계산됐다. 제일모직 주식의 가치를 삼성물산의 3배 가까이 평가한 것이다. 검찰은 이 합병 비율에 대해 삼성이 조직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춰 상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배임)고 보고 있다.
다른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 가치를 부당하게 높였다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로, 이 회사 가치가 높을수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1대0.35' 합병 비율은 정당성을 갖게 된다. 검찰은 삼성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에피스 콜옵션 보유 사실을 회계장부에서 빼 삼성바이오의 부채를 감춰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당시 회계 처리는 합병 뒤인 2015년 말 이뤄진 것으로, 합병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라며 "제일모직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높일 생각이었다면 합병 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