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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586 꼰대들의 세상에 꽂는 MZ세대들의 똥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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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586 꼰대들의 세상에 꽂는 MZ세대들의 똥침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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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21대 총선 당선자 300명중 174명 즉 58%가 1960년대생
상층 노동시장 점유하면서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586
미스코리아 선 출신 최미나수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어스 2022'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사진은 우승 왕관 쓰는 최미나수. ⓒ연합뉴스
미스코리아 선 출신 최미나수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어스 2022'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사진은 우승 왕관 쓰는 최미나수. ⓒ연합뉴스

세계 4대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어스에서 세계 미인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우승했다. 미스 어스는 역사는 짧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주제로 개최되는 만큼 다른 대회에 비해 외모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주제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 능력, 소통 능력 등을 중시하는 미인대회다. 지난달 말 필리핀에서 열린 ‘미스 어스 2022’에서 다른 85개국 여성들과 선의의 경쟁 끝에 우승한 최미나수 양은 그야말로 미스 어스 대회에 맞춤한 인재였다.

치열한 예선 본선 경쟁 끝에 4명만 남은 결승전은 사회자가 공통으로 묻는 말에 대한 30초 이내의 답변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사회자의 질문은 “이 세상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였고 최 양을 제외한 다른 3명은 “기후 보전” “대자연의 보호” “지구 구하는 해결책은 교육”이라고 답변했다. 미스 어스 대회의 주제인 환경보호에 너무 천착해서인지 평이하면서도 정형화된 답변들이었다. 최 양의 답변은 달랐다.

“제가 이 세상의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공감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공감과 친절함을 혼동합니다...(중략)...기후변화와 세상의 다른 문제들도 공감 능력이 있어야 풀 수 있는 것들입니다...저에게 어떤 변화를 정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가진 언어로는 그렇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을 마친 뒤 대표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을 마친 뒤 대표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윤 대통령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전한 축구 국가대표팀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이든 관저든 영빈관이든 수많은 초대객들이 다녀갔지만 이날만큼 대통령 주변이 빛난 적은 없었다. 월드컵 원정 16강을 또다시 달성한 영웅들이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함께한 오찬 만찬 간담회 등에서 나온 말들은 정치적 수사(修辭)와 외교적 태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형화된 내용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축구 대표팀은 그야말로 ‘천방지축’이었다. 정해진 예식에 따라 환영사, 격려사, 답사, 건배사 등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예의 엄숙함이 장내를 지배했으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고 MZ세대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회자의 “누가 가장 잘생겼느냐”는 질문에 대한 릴레이 답변부터 윤 대통령과는 허리를 두른 채, 단체 사진에서는 혀를 내민 채, 자유롭게 셀카를 찍는 그들의 모습은 영빈관이라는 공간의 공기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미스 어스 최미나수 양의 답변이나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기는 그들이 갖고 있는 창의성과 순발력과 역동성이 얼마나 큰 그들만의 자산인지를 알게 한 계기가 됐다. 최 양의 답변이 담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조규성 선수의 셀카 사진은 수많은 커뮤니티를 통해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왜 그들의 등장이 인상적이었을까. 눈 앞의 현실은 ‘꼰대들로 가득 찬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나 관저나 영빈관을 들락거렸던 정치인들이 눈호강 귀호강을 해준 적이 있던가. 슬리퍼 끌고 호통이나 칠 줄 아는 기자들이 써내는 기사들로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청년 모신다고 떠들어대는 정당에 들어가 죽어라 활동해도 결국 듣는 말은 “당신 80년대에 뭐했어”라고 운동권 혈통과 서열만 따지는 586들에게 희망을 느낀 적이 있던가.

중앙일보 2020년 5월 25일자 “'586'이 58%…특정 세대가 이렇게 국회 점령한 적 없었다” 제하의 기사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21대 총선 당선자 300명중 174명 즉 58%가 1960년대생, 이른바 586세대다. 중앙일보가 지난 40년치 국회 구성을 분석한 결과 직접선거로 뽑은 국회에서 특정 세대가 의석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 건 처음이라는 것. 8년 전 19대 총선 때 50대였던 1950년대 생 당선자는 의석의 50.3%를, 20년 전 50대였던 1940년대 생들은 16대 국회의 40.7%를 차지했다. 특히 민주당은 45%인 국민의힘보다 18%p나 많은 장장 63%가 586이다.

정치만 586이 장악한게 아니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는 그의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사회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586세대가 상층 노동시장을 점유하면서 중하층 노동시장을 차별화하고 그들만의 네트워크 위계를 구축해서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586들은 입으로는 평등의 세상을 외치면서 나갈 때 안 나가고 기득권으로 스스로를 알박아 70년대생이 늦게 사회에 진입하게 하고 90년대생은 아예 사회진입도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586들이 오랜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축적한 자산은 훗날 자식세대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희 한겨레신문 기자는 그의 칼럼에서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30년전에 (운동을) 했느냐를 물을 게 아니라 30년후에 올 싱귤래러티-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점-시대에 대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꾸짖었다. 스스로를 성찰할 줄 모르고 사소한 차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통해 도덕적 우월감과 선민의식을 생활이데올로기로 육화(肉化)한 586들에게 이 질문이 귀에 들어올는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실패나 과오에 대한 자기정당화 구실만 찾아내는 동시에 분노와 증오를 발산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내 악으로 규정해서 내부 결속만 추구하는 586 꼰대들에게 앞서 말한 최미나수 양의 미스 어스 결승전 답변 중 일부를 들려주고 싶다.

“공감의 진짜 의미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입니다...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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