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의무는 주어지지만 실패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아"
승계한 대기업 오너들 보면 치열하게 사는 금수저 많아

최근 우연치않게 금수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운이 좋다고 한건 만나기 정말 어려운 대기업 오너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고, 나쁘다고 한건 회장님 얼굴 한번 뵈려면 실무단계에서 너무 많은 시달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준비할 것도 많고. 그래도 쉽지 않은 기회인지라 이번에는 회장님들의 삶을 살짝 공유해보려 한다.
다들 평소 뉴스나 신문에서만 보던 대기업 오너들에게 정말 궁금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금수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나라면 돈이 많으면 정말 빈둥빈둥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놀기만 할 것 같은데... 과연 금수저에게 고민이란 것이 있을까, 정말 열심히 살까, 먹고사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까, 매일 금덩어리만 먹고 사는 것 아닐까 등 그분들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궁금증을 갖고 몇 번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하다보니 생각보다 다른 부분이 참 많았다. 우선 대기업 오너들도 고민이 참 많다는 것.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들의 삶에 “성공할 의무는 주어지지만 실패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살짝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성공 지향적인가. 기업하다가 실패라도 하면 온갖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어디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든 분위기가 되니 말이다. 하다못해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도 다 대기업 오너 탓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회장님들도 자기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다 못하고 평생 눈치보며 살아온 것이 아쉽다고 한숨짓기도 한다. 기업 실적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란다.
둘째, 생각보다 정말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일정을 분단위로 타이트하게 관리한다. 틈틈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점심, 저녁에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 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 회장님들의 인맥은 상상 초월이었다. 동료 회장들은 물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연예인, 스포츠맨, 작가, 스타트업 젊은 기업인, 외국 저명 인사 등 범위도 넓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알지 싶을 정도다. 그 만큼 자기 관리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셋째, 회장님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똑같이 실없는 농담에 웃고 즐거워하고, 이색적인 떡볶이에 푹 빠지기도 한다. 혹자는 금수저들에게는 떡볶이가 마치 서민체험과 같아서 그리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인 모 회장님은 점심에 순대국밥을 자주 먹는다. 우리가 먹는 그 순대국밥을 말이다. 다만 사람들 눈치보느라 남들 안가는 시간에 갈 뿐이다. MZ들에게 인기가 많은 색다른 장소에 같이 열광하기도 한다. 대중적으로 젊은이들에게 힙한 장소를 많이 알고 있어 흠칫 놀라기도 했다.
물론 대기업 오너들은 가진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사니 내 맘대로만 살겠지, 다른 사람 생각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겠지라고 막연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혹 일부 금수저들 중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집단에나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직간접적으로 만나본 분들은 하나같이 소탈하고, 열심히 살고,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그분들이 소통에 참 목말라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막상 밖에서 볼 때는 스스로 철옹성을 쌓아놓고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사석에서 만나보니 한 두시간 수다는 기본이었다. 얼마나 말할 기회가 없었으면 그랬을까. 사실 철옹성을 쌓은 것은 오히려 주변의 보좌진과 우리들의 편견이 아니었을까. 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 내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들. 돈만 밝히는 재벌 등.
대기업 오너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우리들도 마음의 편견을 벗어던지고 다가갈 필요도 있다. 다행히 요새 MZ세대들이 대기업 오너들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재용 회장을 재드래곤이라며 친구처럼 부르지 않는가.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올해 2월 밝힌 것처럼 대기업 회장과 MZ들이 격의없이 파격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런 작은 행사들이 작은 씨앗이 되어 “너는 금수저 나는 흙수저”식의 편가르기 보다 모두가 서로 응원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