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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최저임금 똑같이 적용하면 천국이 올거라는 양대 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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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최저임금 똑같이 적용하면 천국이 올거라는 양대 노총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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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고액 소득 보장하면 인플레 지옥 될 것
다른 데도 같게 대우하는 것이야말로 참을 수 없는 차별이자 불의
민주노총 양경수,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국회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양경수,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국회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 노동 1호 최우선 법안을 통해 업종별 차별 적용 심의조항,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장애인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 등 모든 차별적 조항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업종 구분이 가능한 법적 근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한국 사회를 차별과 야만의 사회로 추락시킬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차별을 조장하는 모든 시도를 완전히 박살내겠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계와 정부가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이라며 “차별 적용 시도를 중지하고 물가 폭등에 고통받는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은 부도덕하다. 인종차별이 대표적인 사례다. 똑같이 천부인권을 타고난 인간임에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의 그룹에서 배제하고 멸시했던 과거는 야만의 시대였고, 근대로의 진입은 그 야만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별 적용이 한국 사회를 야만의 사회로 추락시킬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 사고라 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게 공정하고 도덕적이며,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하고 따라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을 그는 알지 못하고 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차별 적용 시도를 중지하고 물가 폭등에 고통받는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양 위원장의 주장은 감성으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일 뿐 하나 마나 한 소리다. 물가 폭등에 고통받는 사람 모두의 생존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현실에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고액의 소득을 보장하면 생존권이 보장될 것 같지만, 그 경우 인플레로 사람들은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요즘에야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지만 현금으로 계산해야 한다면 시장에 갈 때 아마 트럭에 현금다발을 싣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이동하는 시간 동안 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미 한국노총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10년 20년 일한 베테랑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9,860원”이라고 전제한 뒤 “가정을 돌보고 사람을 돌보기 때문에 질 높은 서비스, 숙련과 애정과 헌신을 요구한다”며 “일하는 사람에게 자부심을 주어야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며 자부심은 적절한 보수와 대우를 받을 때 나온다”고 주장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적절한 보수와 대우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가. 누구에게나 최대가 최선 아니겠는가. 이 말은 곧 객관적인 ‘적절한 보수와 대우’는 없으며, 오직 주관적인 기대와 요구만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한 사람은 보통의 단순 거동 불편 노인을, 다른 한 사람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 돌봄을 하는 두 사람의 돌봄서비스 종사자가 있다고 할 때 두 사람에게 똑같은 액수의 임금을 주면 두 사람 다 만족하겠는가. 아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을 돌보는 사람은 불공정하다고 볼멘소리를 할 것이다. 동일 직종에서도 이러할 것인데 하물며 다른 직종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최저임금 역시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5일 낸 보고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부담 완화방안’에 의하면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이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의 차별금지 입법화를 선언한 것은, 한국은행 보고서의 대항 논리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방안 모색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돌봄서비스의 급속한 수요 증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양대 노총의 주장은 그들이 추구해온 가치, 곧 획일적 평등을 확대 구현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로 가는 게 옳은가.

박정훈 민주노총 최저임금 노동자위원은 “비임금 노동자가 무려 850만 명인 시대에 차별 적용은 폐기해야 할 시대착오적 낡은 주장이고 (업종의) 확대 적용은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고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획일성을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단 말인가. 이런 발상과 사고방식이라면 지금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팝, K 콘텐츠 등 고도의 창의성과 개성이 요구되는 K 시리즈는 가능하지 않았다. 

사실 최저임금제 자체가 문제다. 사적 계약에 맡겨 두어야 할 걸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빚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생겨날 수 있는 일자리가 최저임금제로 인하여 태어나지 못한 게 얼마나 많은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그런데 당연히 차등 적용해야 할 업종을 차등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려 드는 발상과 사고방식이라니.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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