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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법치 중심 잡아야하는 헌재가 법 질서 흔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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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법치 중심 잡아야하는 헌재가 법 질서 흔들다니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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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법치 질서 지탱하는 핵심은 공정성 담보하는 절차적 정당성
헌재로 인해 불안전성 커지면 책임 누가 지나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시장경제 사회, 더 나아가 문명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예측 가능성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면 거래는 이루어질 수 없고, 사회를 이루는 질서가 무너진다. 법치주의가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법치주의에 의한 질서, 곧 법치 질서를 지탱하는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절차적 정당이 공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치 질서의 최상위에 있는 헌법재판소가 절차적 정당성,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위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니 헌법재판소가 예측 불가 대상이라는 힐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지 55일 만의 선고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선출선입(먼저 접수된 사건을 먼저 심판해야 한다는) 원칙에서나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으로 보아 최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먼저 내려야 함에도 최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쟁의심판부터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앞서 우 의장이 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국회 재석 3분의 2가 아니라 과반으로 가결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은 가장 시급하게 선고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아 왔다는 점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의결이라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되지 않아야 하고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는 것도 잘못이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시급히 이 사건부터 심리하고 결론을 내줘야 했다. 사안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국회 과반 의석인 151명인지, 3분의 2인 200명인지 가리는 것은 심리고 뭐고 할 것 없이 헌법재판관들이 한번 모여 평결하면 그만이다. 상식적으로 보아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무슨 까닭인지 헌법재판소는 이를 외면해 오고 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헌법재판소의 이런 처사로 인해 앞으로 어떤 사태가 빚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마냥 이 사건 선고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은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법조인들이 한결같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대통령에 준하여 200명이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연구원이 발간한 ‘헌법재판 주석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어 헌법재판소가 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 권한대행은 애초에 탄핵 소추된 바 없는 게 되고, 그러면 최 권한대행의 지위는 물론 그가 임명한 두 명의 헌법재판관 지위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다 없던 일이 되면 그로 인한 혼란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다.

누구나 알고 있듯 이처럼 상황이 꼬인 것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좌파 재판관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며 폭주를 거듭해 온 탓이다. 한국 헌법학계의 태두로 평가받고 있는 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가 헌법재판소의 위법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정했음에도 문 권한대행이 중심이 된 헌법재판소 내 좌파그룹의 안하무인격 폭주는 계속되고 있고, 이른바 중도 보수로 평가받는 나머지 재판관들은 무기력하게 방관만 함으로써 사실상 동조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도 나름대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그들의 판결이 완벽하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배제한 것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렇더라도 제 3자가 보았을 때 공정하다고 여겨질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서는 안 됨에도 헌법재판소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이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 같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이런 무책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을 위축시킨다. 사람들은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대략이라도 예측하며 행동한다. 그런데 내가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면 행동이 위축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투자의 위축이다. 외국 자본은 물론 국내 자본도 한국에 투자하는 건 위험이라고 본다면 그 피해는 국민 전체로 돌아간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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