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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한일 외교 참사라고? WBC 야구 참사를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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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한일 외교 참사라고? WBC 야구 참사를 돌아보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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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훈련 스케줄 엉망에 선수 선발 실력 아닌 과거에 사로잡힌 결과
"정치에 오니 과거에 매달리느라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태그되고 있다. 비디오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됐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태그되고 있다. 비디오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됐다.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가 3회 연속 1회전에서 탈락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몇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와의 1차전에서 7대8로 패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호주 리그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2군이나 유망주 선수들이 겨울에 훈련 목적에서 참가하는 리그다. 수십에서 수백억 연봉을 수령하는 한국 프로 선수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리그다. 그런 호주리그 선수들에게 우린 참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은 더 참담하다. 모 선수는 안타치고 멋있는 세레모니하다가 비명횡사했다. 어떤 주자는 어이없는 견제사도 당했다. 투수들은 준비가 안 됐는지 제구가 안됐고, 결정적인 순간에 볼넷을 남발했다. 특정 선수 한두명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 선수들임에도 긴장감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단기전에서는 정신력이 승부를 가른다는 기본적인 교훈은 온데간데 없었다.

김용춘 전경련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팀장/법학박사

훈련 스케줄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한국팀의 한 간판 선수를 예를 들면, 1월 19일부터 3월 7일까지 3만8900km를 이동했다. 물론 소속팀 훈련도 소화해야하고 대표팀 일정도 소화하다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혹독했다. 이동하다 지치는 일정을 짜다니 도무지 프로답지 않은 모습이다.

선수 선발은 어떠했나. 실력만 보면 우리에게도 전성기 류현진급 선발투수가 있었다. 하지만 과거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이유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물론 학교 폭력 전과를 가진 선수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미 그와 관련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을뿐만 아니라, 지금은 대한민국 프로리그에서 당당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그렇다면 그에게도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그 선수에게 속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실력이 아닌 과거에 사로잡힌 결과는 우리가 꼭 이기고 싶었던 일본에 힘 한번 못써본 패배한 참담함이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정치와도 닮은 것 같다. 지난주 한일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야권을 중심으로 굴욕외교니 뼛속까지 친일이라느니 온갖 비난이 난무했다. 심지어 100여년 전 이완용까지 소환해가며 반일 정서를 부추겼다. 물론 이 분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논리면 수백만 국민들의 목숨을 빼앗고 지금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추상과 같은 꾸짖음을 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다.

물론 일본은 백번 천번 사과해도 부족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 과거를 절대 잊어선 안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사과를 요구만 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사과 받을만한 위치에 서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즉 일본보다 강해지면 된다. 원수를 갚기위해 때로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인내도 필요한 법. 게다가 일본을 이길 날도 멀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이번 한일 외교를 통해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었던 소부장 수출규제 폐지, 안보 강화를 위한 지소미아 재개와 같은 합의는 분명 미래지향적 성과다. 한일 기업인들간의 협력강화를 위한 합의도 결코 적지않은 성과다. 반도체 공급망 관련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코쿠부 후미야 마루베니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코쿠부 후미야 마루베니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과 정치권에 모두 몸담았던 모 인사가 정치와 기업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기업에 있을 때는 미래를 보느라 과거를 볼 틈이 없었는데, 정치에 오니 과거에 매달리느라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정말 명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그래야 경제건 야구건 더 이상 일본에 지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 아닌가. 우리끼리 입으로만 정신 승리하는 것보다, 결과로 떳떳하게 이기는 것이 보다 값진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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