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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 스탠더드]위기의 정치 더 흔들면 경제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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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 스탠더드]위기의 정치 더 흔들면 경제도 죽는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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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이재명, 탄핵 소추 이후 외려 시장경제 역행
정치권은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고 있을까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을 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던 이들을 향해서 한 말이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도 모자라 예수의 옷을 차지하기 위해 제비뽑기까지 하였다고 성경은 전한다. 여기서 ‘저들이 몰랐던 것’은 무엇일까? 기독교의 해석에 따르자면, 저들이 몰랐던 것은 그들이 못 박은 자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내려오신 분이기에, 그런 분을 죽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자신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일임이 분명한데, 아무것도 모른 채 서로 예수의 옷을 차지하기 위해 제비뽑기나 하고 있었던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오늘 컬럼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시대에도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계엄 선포는 수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무엇을 의도했든 계엄 선포는 자신이 의도와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시국이 진행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정당의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이다. 현재 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여당 내 유력한 대권 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언제나 경제였다. 누가 더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냐가 당락을 갈랐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은 실제로 우리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지금 경제 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위기다. 계엄 선포 이후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외환보유고가 환율 방어를 위해 동원됐다. 지난 7월 2896까지 기록했던 코스피(KOSPI) 증권시장은 2300~2400선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10만원을 목표로 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수시로 5만원 선 붕괴 우려가 나온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아래인 1%대로 예상되고, 올해 8% 수준을 보이던 수출 증가율은 내년에는 1.5%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산다는 대한민국에 수출 증가율 급락은 경제위기 신호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과를 높여서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이윤을 많이 내서 국가에 세금을 더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IMF 당시 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무역수지 500억 달러 흑자를 목표로 수출에 주력할 것을 주장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것이 좋은 사례다. 실제로 민관 합심으로 무역수지 400억 달러 흑자를 내서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정부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은 이렇게 민관이 합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은 위기의식 없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여당 탓으로 돌리고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위기는 여당의 실정이며 그것은 정권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야당은 기업 애로사항에 대한 이해는 없이, 탄핵 소추 이후 오히려 시장경제에 역행하고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시장 상황과는 상관없이 재정 부담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과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할 상법은 최악의 기업규제법으로 변신 중이다. 기업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K-칩스법’ 및 세법 개정안 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현재의 움직임을 보자면, 야당이 주장하는 먹사니즘에 기업은 없는 것 같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포퓰리즘에 더 가깝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이름만 바꿔서 실시할 생각인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미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된 바 있다. 어찌됐든 정부 곳간을 풀어 대대적인 지원금으로 돈을 풀어주면 국민은 좋아할 것이고, 돈이 모자라면 법인세 높여서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런 반시장적 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지금은 정치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경제의 위기다. 과거 직선제 개헌 때처럼, 정치는 혼란을 잘 마무리하면 오히려 보다 더 안정적인 체제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경제는 한번 고꾸라지면 회복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멀리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그러했고, 가까운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 지나도 경제가 회복하기는커녕 잃어버린 20년, 30년이 되면서 아직도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독일과 이탈리아도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지만, 우리에게는 유독 위기가 많다. 실제로는 많은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 실패한다.

정말로 정치권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모든 국민의 생사가 걸린 경제위기 시대에, 정치 불안정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권력 쟁취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나라에 희망은 없다. 정치권이 이 사실만은 제대로 알고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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