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R 도입과 자원순환기본법 제정 유도 재활용 확산 기여
[매일산업뉴스]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부터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자원순환 정책과 K 순환경제 방향 제시까지 도맡아 하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캐치프레이즈는 ‘쓰레기는 0으로, 재활용은 100’이다. 가능한 목표일까?
서울 광화문 자원순환사회연대(KZWMN) 사무실에서 지난 6일 만난 김미화 대표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자원이 순환되는 세상, 매립되는 쓰레기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걸음한걸음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문제만 해결해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40%를 줄일 수 있으므로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시민단체 네트워크인 KZWMN은 1997년 쓰레기 문제 해결을 통해 자원순환사회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했다. 현재 180여개 시민, 여성, 소비자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단체 네트워크를 지향하기 때문에 개인회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1990년대 국내에서 단어조차 생소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작한 KZWMN은 사반세기 동안 국내 쓰레기 관련 정책 수립과 실천에 한축을 담당해 왔다.
KZWMN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EPR 제도 도입(2003년)과 자원순환기본법 제정(2016년)을 이끌어냄으로써 소각과 매립을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음식물 종량제 도입(2012년)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남은 음식물을 사료, 퇴비, 바이오가스로 재활용하는 데도 한몫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감량운동에 앞장서온 KZWMN의 활동을 살펴보면 은근과 끈기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1999년부터 일회용비닐 안쓰기 운동을 펼친 끝에 20년 만인 2019년 165㎡ 이상 슈퍼마켓 비닐 사용금지를 제도화시켰다. 지난해말 도입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KZWMN의 주도로 2002년 이미 시행했던 제도였다. 2008년 폐지됐던 이 제도를 다시 살리는 데 온힘을 다한 끝에 지난해말 세종과 제주 시범실시를 성사시켰다.
KZWMN은 수도‧충청‧호남‧영남‧강원 등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다시 57개 지역맞춤형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해 일회용품 없는 마을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쓰레기 문제에 관한한 ‘오뚝이’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김 대표는 “2002년 쓰레기 없는 환경월드컵을 제안해 성공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KZWMN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줄다리기 끝에 운동장에서 맥주를 제외한 음식물 판매 금지 결정을 얻어내 쓰레기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경기 기간 중 ‘갖고 간 쓰레기는 갖고 나오자’는 캠페인을 펼쳐 ‘붉은악마들’이 응원을 펼치고 떠난 자리는 깨끗해서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쓰레기 문제 해결에는 시민 참여와 실천이 필수임을 확신하고 있는 KZWMN은 자원순환리더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은퇴자까지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자원순환학교’를 통해 쓰레기가 없는 세상을 위한 실천교육을 하고 있다. 2011년 자원순환활동공모전 ‘청소년 자원순환 리더십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0년 기준 7400여명의 자원순환리더를 양성했다.
김 대표는 “우리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매우 높다”면서 “의식이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하나 바뀐다고 해서 뭐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부터 바뀌겠다”는 자세를 갖자고 했다.
KZWMN은 올해 탈(脫)플라스틱과 다회용기 뿌리내리기에 온힘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지자체 축제와 장례식장 등에서 일회용품 추방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19년 서초구와 함께 일회용품 없는 '서리풀 축제'를 펼친 결과 전년 대비 90%의 쓰레기 감량효과를 경험했다“면서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에너지 개발에 집중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앞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국내 형편상 원자력에너지를 100% 포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수출 중심 국가인데 전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RE100’ 캠페인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RE100 캠페인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실천하지 않는 기업의 물건은 쓰지 않겠다는 압박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RE100 캠페인과 함께 재활용 플라스틱 100% 사용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 김 대표는 “지금부터 탈(脫)플라스틱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기술 후진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